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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게릭병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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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8-11 17:34    조회 2,4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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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만 틀면 여러 방송마다 툭하면 나오는 프로그램중 하나가 서바이얼 프로그램이다.

아마도 어느정도 시청률이 보장되다 보니 너도 나도 시작되어 지금은 그런 프로그램이 빠지면 이상하게 여겨질만큼 당연한듯 방송되고있다.

그 많은 서바이얼 프로그램중 내가 빠져서 즐겨보는 프로가 하나 있는데 나는 가수다란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많이 접하지 못해 생소한 가수들이 많이 나오는지라 처음엔 다소 낯설었지만 그들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부터 뛰어난 노래 실력에 왜 그들이 진정한 가수인가 절실히 느낀다.

음치에 박치인지라 음악엔 문외한인 내가 그들이 정말 노래를 잘한다 생각이 들 정도이고 자주 감동을 받는걸 보면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을 할수 밖에 없다.

이렇듯 내가 듣기엔 모두가 완벽하고 훌륭한 가수로 흠 잡을 때가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특성이 서바이얼이다 보니 중도에 탈락자가 생긴다.

탈락자가 있단걸 알고 참여 했다지만 정작 탈락한 가수들 입장에선 허탈함과 아쉬움이 클것 같고 때로는 결과를 받아 들이기 어려울것 같기도 하다.

나도 청중 평가단이란 사람들의 판정으로 탈락 하는걸 볼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곤한다.

실력 보다는 당시 평가단들의 성향과 분위기가 탈락 여부로 결정 될수 있단 생각이 들어 웬지 누군가가 억울하게 희생되는것 같아 그렇다.

프로그램 특성과 재미를 위해서 어쩔수 없다지만 그들의 수고가 너무 쉽사리 평가를 받는것 같아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개선하여 바꾼다 해도 100% 공감하고 공정을 기할순 없기에 어느 정도 수긍하며 시청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매일 삶과 죽음의 중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루게릭병 환자다.

누군가가 돌봐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수 없는 상태로 살고 손을 놓는 순간 죽을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멀쩡한 정신은 생각으로 나마 나름의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중에서 수시로 하는 갈등중 앞으로 더 사는게 옳고 그른지 확신이 서질 않고 고민을 하게 된다.

끝나지 않은 병이 멈춤없이 계속되고 더 힘들어 질께 뻔한 상황에서 더이상 사는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생각을 하다가도 끊임없이 삶에 미련을 갖는 나를 보면서 놀랄때가 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죽음에 대하여 생각이 많아졌던 거는 3년전 두다리에 이어 팔의 힘이 떨어지면서 모든 걸 타인의 도움이 필요해지고 침상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였다.

건강할때도 잘 나지도 않고 쥐뿔 가진것도 없으면서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것이 무지 싫었다.

그런 내가 어느 하나 누구의 도움없이는 살아가지 못하는 처지에 맘 편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설령 누가 도와 줘도 마음이 편치않았고 차라리 이렇게 살봐야엔 빨리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아무리 많은 신경을 써준다 해도 내 맘같지 않고 때로는 성에차지 않아 미칠지경이고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사는 꼴이 구차한것 같아 매번 분노가 일었다.

그러나 지나온 3년간 수도없이 죽음을 생각했지만 아직까지 살고 있다.

그사이 비슷한 시기에 발병한 환우들이 세상을 떠났거나 남은 이들도 대부분이 나보다 훨씬 힘든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진행이 다소 늦은 나에게 사람들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고 위로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모습을 어떤 이들에게는 축복으로 볼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래봐야 꼼짝없이 누워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사는게 마냥 감사하다는 맘만 들지않는다.

의약계에서 말하기를 루게릭병은 평균적으로 2년에서 5년이내에 사망한다는 말이 있다.

처음엔 의학계에서 말한대로 발병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세상을 떠난 분들 소식을 전해 들을 때마다 안타까움과 측은한 생각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차라리 그분들처럼 고생이 일찍 끝나고 가족을 더이상 힘들게 하지 않게 되는게 어쩌면 축복일거란 생각이 크고 심지어 부러워도 하게 된다.

물론 이런 사고방식이 맞다고 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렇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이 공연에 오르기전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준비해 무대에 오른다.

언젠가는 탈락할지 모른다는 중압감으로 늘 맘을 조아리겠지만 그래도 후회를 하지 않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설령결과가 좋지 못해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받아 들인다.

나도 죽음을 동경하지만 그렇다고 모두 포기하고 살지 않는다.

끊임없이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누워서 수시로 많은것을 요구하고 있는 나를 보며 참을성이 없고 꾀병이 심하다 생각을 할거다.

또한 보는 이들에 따라서는 한없이 절망만 하며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족들에게 힘든 내색 보이지 않으려 노력하고  참고 웃으려 애를 쓰고있다.

그럼에도 보이는 모습은 생각이 없고 한없이 이기적이며 나약한 전신 마비 환자다.

사람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위로가 누구나 죽는다는 말이다.

설마 내가 그걸 모르고 살고 있을까.

죽는단 두려움 보다 하루 하루를 사는게 너무 고통스럽고 두려워 하는걸 그들이 얼마나 이해할까.

탈락한 가수들이 아쉽지만 후회는 없단 말처럼 나 또한 죽기 전까지 후회를 덜 하려고 노력하고있다.

지금 상황에서 웬만하면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며 살아가려 하고 있다. 

언젠가 오게 될 죽음을 맞이 할때는 이만하면 투병을 잘 했다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기특하게 여기고 싶은게 가장 큰 소망이다.

다만 지금도 빨리 그날이 온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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