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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걸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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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5-29 14:07    조회 2,2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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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몸 상태가 나빠져 가서 내 몸이 힘이 드는것도 문제지만 그에 따른 가정 경제가 기울어져 가는 것을 바라만 봐야 하는 처지에 삶에 대한 회의로 분노가 일고 침울하다.

그동안 십시일반 도움을 주었던 형제들 사정도 많이 좋지 못한데다 부모님도 연세가 있으셔 자주 병원에 입원을 하시니 형제들이 이중고로 애 쓰는걸 보며 더이상 도움을 받고 사는게 못할짓을 하는 것 같고 죄짓는 것 같아 하루 하루가 지옥같고 맘이 편치 않다.

그렇게 온통 걱정만 가득 쌓이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점점 삶의 의욕마저 잃어 가던중 그냥 가만히 있을수 없어 뭔가라도 할께 없을까 고민을 하던중에 대한민국에 있는 수많은 복지가 눈에 들어왔고 인터넷을 뒤져 무슨 단체에서 어떤 지원 사업을 한다고 하면 일단 신청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10번에 1번정도 선정이 될까 말까다.

그것도 내게 꼭 필요한지 자격은 되는지 앞뒤 가리지도 않고 우선 신청을 하고 겨우 선정이 되어도 돌아 오는게 몇만원 정도밖에 안돼는 물품이라도 일단 받고 나면 뭔가를 해 냈다는 성취감에 뿌듯하다.

그런 곳의 선정 기준중 가장 먼저 따지는 것이 기초 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등이냐가 우선이고 그 다음으로 집에서 누가 뭘 해서 얼마만큼 버는가를 따져 저 소득층을 우선으로 지원 하는데 현재 아무도 근로 소득이 없어도 집을 소유하고 있다 보니 그마저도 신청 자격조차 안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답답한 마음에 며칠전엔 딸아이 학교 담임 선생님께 메일을 보내어 우리집 사정을 말하고 심지어 기도절개술과 위루술을 하고 누워 있는 내 사진까지 보내 투병하는 나와 항상 간병 하는 보호자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니 수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도움을 요청 했지만 우리보다 사정이 더 안좋은 아이가 있어 그 아이가 먼저이기 때문에 도움을 줄수 없단 답변을 들었다.

그만큼 세상엔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말이지만 한가닥 걸었던 기대마저 무너지자 실망에 상실감마저 일었다.

처한 환경이 사람을 쉽게 바꾼다더니 예전에는 쥐뿔 가진게 없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언제가부터 구차하고 염치가 없다고 손가락질을 해도 누군가가 도와 준다고 하면 눈치없이 일단 덜썩 받는다.

심지어 가끔 어느 환우가 세상을 떠나고 유족이 환자가 쓰시던 물품을 기증하면 나에게 달라고 한다.

이렇게 구걸 해서라도 하나라도 아껴 보려는 것은 많이 가지려는 욕심에 앞서 자식들에게 한가지라도 해 주고 싶어하는 맘 때문이다.

빌어먹을 힘만이라도 있다면 기꺼이 나가서 구걸이라도 해서 조그만 돈이라도 직접 벌어서 작고 보잘것 없을지라도 내 아이들에게 맛난걸 사주고 갖고 싶어하는걸 선물을 하고 싶다.

하지만 이건 생각으로 밖에 할수 있으니 그나마 현실 가능성이 단 몇%라도 있는 지원 단체에 도와 달라고 정신줄을 놓거나 죽기전까지는 구걸하는 심정으로 계속해서 손을 내밀 생각이다.

이런 나를 비난하더라도 얼마든지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다.

이 상태에서 더 잃을것도 없고 얄팍한 자존심도 남아 있지 않은 나에겐 그보다 더한 일이라도 우리집 경제에 도움이 된다면 더한 일도 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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