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왜 대학으로만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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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02-07-08 00:00 조회 11,132회본문
" 기부금 왜 대학으로만 가나
평생 모은 재산을 충남대에 발전기금으로 냈던 김쌍금 할머니가 지난 6월25일 별세하셨다. 김 할머니는
1994년 충남대를 찾아 현금 8천만원과 혼자 살던 시세 7천만원의 아파트를 내놓았고, 이에 대학은 ‘쌍금
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나는 이런 분이 우리 사회 어떤 사람들
보다도 더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각박한 세상에서 덜 먹고 덜
쓰며 어렵게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는다는 게 보통사람의 심성에서 나올 수 있는 결단은 아니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와 같은 미담기사를 접하게 되면,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왜 그 기부금이 하나같이 대학으로만 가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학도 기
부금이 필요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학생들에게 독지가의 기부에 의한 장학금은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나도 대학에서 그런 학생들을 안타깝게 경험하고 있다. 그 돈으로 단 몇 명의 학
생이라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어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기부금을 받는 대학들은 기업으로부터도 큰 규모의 기부금을 받는다. 대개 독지가의
기부는 큰 대학에 집중되는데, 그 대학들은 대기업으로부터도 건축과 시설 등의 기부를 흡족할 만큼 받
는다. 대학에 기부가 편중되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큰 대학들은 ‘두뇌
한국 21’이라는 희한한 발상 아래 정부의 지원금도 독식하면서 소시민 독지가의 기부금까지 챙기고 있
는 현실이다. 신문들도 미담을 미담으로만 소개하지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이 지면을 통해 정작 하려고 하는 말은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재정적 열악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대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대학이야 등록금이라는 확실
한 재원이 있지만, 시민단체는 그런 재원 자체가 없다. 오로지 회원의 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즈
음에는 일부 정부 보조금이나 공적 기금의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대개 사업비 보조이지 일반 재
정운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도 사람이 있어야 일을 할텐데 일을 하게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전업 시민운동가로 나설 수
있을 만큼 생활의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최근 올 9월부터 적용될 노동자 최저임금을 하
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51만415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받는 활동비라
는 게 대개 이 수준이다. 서울의 큰 단체는 조금 더 높지만 지방은 이마저도 못 미친다. 노동(?) 시간은 8
시간을 훨씬 초월한다. 물론, 초과수당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감히 말하건대 대한민국 부패공화국은 시민정신이 살아나고 시민단체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만 바로잡
힐 수 있다. 월드컵 축구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축구를 사랑하
는 애국심은 나라 주인으로서의 책임도 자각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옮기는 행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나라
의 사정에 관심을 가지고 불의에는 분노할 줄 알며, 선거라는 주권행사에는 책임있는 선택을 하며, 시민
단체 하나쯤은 회원이 되어 몇푼이라도 보태고, 가능하면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도 하는 등 나라주인으로
서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기자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다.
그들이 나라를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시민단체에도 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대학은 대학대로 몫
이 있지만, 시민단체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민단
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정도로 보필이 절실하다. 우리 국민들의 시민단체 기여도는 세계 최저 수
준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남녀노소를 초월한 붉은 악마들, 한국의 시민단체도 세계 4강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유럽이나 미국의 시민사회 수준을 능가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대
한민국 사회가 될 것이다.
김동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상임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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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재산을 충남대에 발전기금으로 냈던 김쌍금 할머니가 지난 6월25일 별세하셨다. 김 할머니는
1994년 충남대를 찾아 현금 8천만원과 혼자 살던 시세 7천만원의 아파트를 내놓았고, 이에 대학은 ‘쌍금
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나는 이런 분이 우리 사회 어떤 사람들
보다도 더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 제 한 몸 추스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각박한 세상에서 덜 먹고 덜
쓰며 어렵게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는다는 게 보통사람의 심성에서 나올 수 있는 결단은 아니라고 생각
하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와 같은 미담기사를 접하게 되면, 한편으로는 감동을 받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아쉬운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왜 그 기부금이 하나같이 대학으로만 가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학도 기
부금이 필요하다.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향학열을 불태우는 학생들에게 독지가의 기부에 의한 장학금은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나도 대학에서 그런 학생들을 안타깝게 경험하고 있다. 그 돈으로 단 몇 명의 학
생이라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어서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기부금을 받는 대학들은 기업으로부터도 큰 규모의 기부금을 받는다. 대개 독지가의
기부는 큰 대학에 집중되는데, 그 대학들은 대기업으로부터도 건축과 시설 등의 기부를 흡족할 만큼 받
는다. 대학에 기부가 편중되어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큰 대학들은 ‘두뇌
한국 21’이라는 희한한 발상 아래 정부의 지원금도 독식하면서 소시민 독지가의 기부금까지 챙기고 있
는 현실이다. 신문들도 미담을 미담으로만 소개하지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이 지면을 통해 정작 하려고 하는 말은 시민단체에 대한 기부가 너무나 빈약하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재정적 열악함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대학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대학이야 등록금이라는 확실
한 재원이 있지만, 시민단체는 그런 재원 자체가 없다. 오로지 회원의 회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요즈
음에는 일부 정부 보조금이나 공적 기금의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대개 사업비 보조이지 일반 재
정운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도 사람이 있어야 일을 할텐데 일을 하게 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전업 시민운동가로 나설 수
있을 만큼 생활의 보장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노동부는 최근 올 9월부터 적용될 노동자 최저임금을 하
루 8시간 노동을 기준으로 51만4150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받는 활동비라
는 게 대개 이 수준이다. 서울의 큰 단체는 조금 더 높지만 지방은 이마저도 못 미친다. 노동(?) 시간은 8
시간을 훨씬 초월한다. 물론, 초과수당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감히 말하건대 대한민국 부패공화국은 시민정신이 살아나고 시민단체가 역동적으로 움직여야만 바로잡
힐 수 있다. 월드컵 축구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런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심을 심어주었다. 축구를 사랑하
는 애국심은 나라 주인으로서의 책임도 자각하고 구체적인 실천에 옮기는 행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나라
의 사정에 관심을 가지고 불의에는 분노할 줄 알며, 선거라는 주권행사에는 책임있는 선택을 하며, 시민
단체 하나쯤은 회원이 되어 몇푼이라도 보태고, 가능하면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도 하는 등 나라주인으로
서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기자도 아닌 우리들 자신이다.
그들이 나라를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분들이 시민단체에도 찾아주길 기대해 본다. 대학은 대학대로 몫
이 있지만, 시민단체의 역할이 막중한 만큼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민단
체들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정도로 보필이 절실하다. 우리 국민들의 시민단체 기여도는 세계 최저 수
준이다. 부끄러운 현실이다. 남녀노소를 초월한 붉은 악마들, 한국의 시민단체도 세계 4강으로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유럽이나 미국의 시민사회 수준을 능가하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대
한민국 사회가 될 것이다.
김동민/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상임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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