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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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1-19 12:10 조회 3,746회본문
발병초 한동안 두다리 역할을 해 주었던 전동 휠체어.
6년을 우리 집안의 가구처럼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얼마전 더이상 필요가 없어 치워 버렸다.
벌써부터 치워 버려야 했지만 표현 할수 없는 정이 든 뭔가를 놓아 버리는 맘 같아서 쉽게 버리기 어려웠다.
상태가 양호하면 남에게 주기라도 했겠지만 이미 너무 낡고 험하게 타고 다니면서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아 폐기 할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곳 천안 장애인 단체에 부탁해서 어떻게 대신 알아서 폐기 시켜 달라고 했고 다음날 두분이 찾아 오셨길래 난 당연히 가져 가서 폐기 시킬거라 생각 했다.
하지만 그 분들은 내 예상과 달리 가져 가서 밧데리 교체 하고 조금 손을 보고 다른 장애인분이 계속 사용할 생각이라 말씀 하셔서 많이 당혹스러웠다.
최근1년 6개월 동안 한번도 사용치 않고 밧데리 충전도 하지 않고 방치해 놓아서 상태가 정확히 어떤지 몰라도 그 전에도 마구 타고만 다녔지 신경 써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본적이 없으니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제대로 굴러 가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사용하려고 한단 말에 쓰레기를 주는 거 같아서 정말 많이 미안하여 어쩔줄 몰라하며 그동안 사용한 내역을 알려 줬다.
2005년 진단 받고 2006년 목발을 의지해 걷고 2007년부터 전동 휠체어를 타기시작했다.
이때까진 두팔의 힘이 온전히 남아 있어 혼자 휠체어에 올라타고 내릴수 있어 시간만 나면 밖으로 나가 혼자 여기저기 돌아 다녔다.
처음엔 남들의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다니기도 했지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신체의 일부처럼 아주 자연스러웠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예전 사지가 멀쩡할때로 돌아 가는것 까진 원치 않고 전동 휠체어를 타고 맘대로 돌아 다니던 2007년 그때로만 돌아 갈수만 있다면 더 바랄것도 없고 좋을것 같다고...
2008년엔 팔의 힘이 떨어지면서 누군가가 휠체어에 올려 앉혀 주면 운전을 하고 다니다 2009년에 그마저도
안돼 옆에서 보호자가 붙어 다니며 운전을 해 줘야 했지만 이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2011년 7월 어느 날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휠체어에 탈일이 없었다.
어떻든 그렇게 한때 분신과도 같았던 전동 휠체어는 집에서 사라젔다.
시원 섭섭하단 말이 이럴때 하는 말인가 보다.
그나 저나 너무 낡고 폐기 직전 상태의 전동 휠체어를 가져 가신 분께는 정말 미안하여 맘이 불편해 안절부절 하다.
혹 상태가 양호한 전동 휠체어 그분께 그냥 주실분 없나요?
2007년 1월 전동 휠체어 처음으로 탔던 날.(영등포역에서 요양소 건립 서명 운동 당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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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마지막 전동 휠체어 탔던 때.(천안 장애인 단체 한빛회 어울림 캠프에서)
요즘 내 발이 되어주는 전동휠체어
가파른 경사길도 웬만한 턱도 거침없이 넘어버리고 걷는것 보다 배는 빠른
그리고 먼길에 지치지 않는 그야말로 천하 무적이다.
이 천하무적 덕분에 그나마 투병하는데 감사함을 많이 느낀다.
또 밖을 나다니다 보면 아이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내 귀에 들리는 아이들의 말
진짜 재미있겠다.나도 한번 타 보았으면 ㅎㅎ
솔직히 아이들은 내 전동 휠체어가 신나는 장난감으로 보이나보다
난 녀석들아 두발로 걷는것 만큼 좋은게 없다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그냥 참는다
녀석들이 더 크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
오늘도 내 전동휠체어는 충실한 나의 애마가 되어 출동 준비다.
일단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최고로 편안하다
집에선 화장실이든 방이든 기어 다니는게 너무 힘든데 녀석에게 앉아 있으면 웬만한 곳은 아주 편안하게 날 데려다 준다.
6개월만 타겠다고 생각하고 구입했는데 조금 있으면 6개월이 다 되어간다.
그래서 다시 생기는 욕심
앞으로 6개월만 더 탈수 있으면 좋겠다.
2007년6월 애마 전동휠체어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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