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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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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4-01-02 12:08    조회 2,38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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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해가 바뀌었다.

해가 바뀌어도 침상에서 살아가는 일상에 큰 변화는 없지만 원치 않아도 나이를 한살 더 먹었다.

그에따라서 이제 그만 했음 하는 투병 기간도 덩달아 늘어난다.

40대 초반에 발병 했는데 벌써 50대 그리고 투병 10년차

별탈없이 죽지 않고 또 한해가 지나 갔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감사 할 일이지만 욕심이 끝이 없다 보니 만족 보다는 불평 불만이 쌓여가고 이렇게 살아가는 내 자신의 삶에 회의로 시름만 깊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 혼자만의 고통이 아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져 같이 죽자고 매달려 힘들게 하고 있는게 가장 견디기 어렵다.

10년 가까이 처자식은 물론 팔순의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심적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안기고 있어서 정말 미안하다.

이러한 내가 죽음을 바란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각이라며 마음을 고쳐먹고 맘을 편하게 갖고 살라고 조언을 하지만 그들의 말이 옳고 진심으로 걱정과 위로를 하는 말이란걸 잘 알면서도 수긍하기 보다는 반감하게 된다.

그리고 속으로는 이렇게 되묻는다.

당신이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편하게 생각을 할수 있을까요?

 

이런 나도 해가 바뀌니 대다수 사람들처럼 올해도 어김없이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해가 바뀌면 수많은 사람들이 많은 결심을 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꼭 이루어 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또한 비록 스스로 할수 없어 무엇을 하겠다는 결심이나 계획이 큰 의미가 없겠지만 그래도 맘속으로나마 여러 계획을 세우고 무엇이 되길 바라고 어떻게 할것인지 생각을 한다.

수년째 매년 년초면 항상 맘먹는 일이지만 우선 내가 가장 시급히 바꿔야 할 것은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는게 필요 하다.

평상시 닥치지도 않은 상황을 미리 이런 저런 걱정하면서 사는게 문제였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면 어떻하든 지나갔다.

처음엔 침상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벌써 6년째 접어 들었고 위루술과 기도절개를 하고 살아야 하는 공포에 겁을 냈지만 그또한 벌써 2년 가까이 지나갔다.

집안 경제와 아이들 교육 문제도 큰 고민이었지만 주위의(특히 부모형제) 도움으로 버텨왔고 아이들도 내가 바라는데로 크진 않았지만 초등학교 2학년,6학년이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이고 군에 갔으니 걱정하면서 지내온 시간들이 다 부질없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걱정을 안고 산다.

걷는것 조차 힘겨워 하시는 부모님과 퇴직을 하는 형제들에게 언제까지 기댈수도  없는 노릇이고 처자식들도 생활력이 강해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솔직히 아무리 긍정적으로 바꿔 보려해도 막막한 현실 앞에서 좌절하게 되는게 당연하다 싶다.

그럼에도 올해도 첫번째 다짐은 긍정적인 사고로의 전환이다.

어떻게 되겠지.라고

 

그래도 나에게 기적같은 일도 있었다.

기도절개를 하고 한동안 말을 못해 글자판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6~7개월 후부터 조금씩 말이 나오면서 지금은 웬만한 대화 소통을 한다는 것과 사지는 전혀 움직이지 못해도 목에 힘이 조금 남아 있어 아직까지는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을 한다.

그덕에 좋은 사람들과 연결돼 정신적 위로와 격려는 물론 작지만 가끔은 생각지도 않았던 경제적 도움을 받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감사함 보다는 이러다간 쉽게 죽지 않고 이상태로 오래 살면서 그들에게 심적 부담만 가중시키면 어떡하나 늘 걱정이다.

그래도 사람들에게 다소 가식적으로라도 씩씩한 척이라도 하는게 최소한의 도리이지 않을까.

 

그리고 올 새해에도 변함없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이 있다.

가능성이 거의 없다시피한 치료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진행이 멈추거나 더디게 하는 약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의 내 상태에서 치료제가 아닌 이상에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살아 가는건 오히려 고통 기간만 늘어나는게 뻔한데 그걸 알면서도 바라게 된다는 건 말도 안된다.

몇년째 내가 가장 바라는 소망은 그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죽음을 조금 빠르다 할지라도 맞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주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 아주 이기적인 놈이라고 해도 나에겐 계속해서 그려보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많은 이들이 욕을 해도 꼭 루게릭 환자가 아니어도 나와 비슷한 상태로 살아가는 처지라면 그 사람들은 이해해 줄거라 확신한다.

가끔은 전해듣는 오랜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연을 접하면 가족의 슬픔이 얼마만큼 클까라는 안타까운 마음보다는 기나긴 고통에서 벗어난 환자가 마냥 부럽고 축하해 주고 싶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진 않을거란걸 잘 안다.

그래서 어떤이들은 손가락질 하면서 사람 목숨을 너무 가벼이 여긴다고 할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죽음에 대한 동경이 간절한 바램이며 절실함이지 결코 아무 생각없는 객기이고 무조건 잘못이라고 생각 하지 않음 좋겠다.

다만 아무리 기를써도 죽는다는게 생각 처럼 쉬운일도 아니니 운명에 맡기고 주어진 현실을 인정하고  힘든 내색 하지 않고 웃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는게 진짜 얼마인지 모르지만 남은 삶에 내 마지막 목표이다.

 

2014년도

개인적으로는 계속되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이 예상 되고 그리고 몸상태는 더 나빠지겠지만

정말 마음만이라도 보다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그동안의 찌질한 이미지를 벗어나

원창연이도 저런면이 있었구나 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여 주려고 노력해야겠다.

나도 지금의 상태가 언제까지 허락 될지 알수 없지만 나보다 상태가 안좋아 전혀 세상과 소통 마저 못하고 누워서만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전해주는 대변인 역활을 해 봐야겠다.
어느 환우가 활동 보조 지원의 추가 지원(일본처럼 루게릭같은 중증 장애인에게 하루 24시간 지원)에 대하여 운동을 하라고 조언을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굉장히 필요하고 원하는 일이지만 근육병 장애 단체등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 둉참하면서

그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인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생각을 갖는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알리고 싶다.

안락사가  법제화 되어 있는 나라가 최고의 복지 국가란 생각이다.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정치계나 종교계등에서 그리고 심지어는 환자의 고통과 어려운 상황을 가장 많이 알고 있을 의료계나 장애인 단체조차도 안락사에 대해 굉장히 굉장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현실에서 내 생전에 합법화는 1%의 가망성도 없으니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하지만 들어주는 사람이 소수이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을지라도 누군가에게는 가장 절실한 바램이란걸 알리고 싶다.

작심삼일은 고사하고 작심삼분이 될지도 모르지만 더는 잃을 것도 없으니 일단 다시 시작해보는거다.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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