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부게시판

무슨 생각 하세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9-26 14:41    조회 2,288회

본문

내게 하루 해가 결코 짧지 않다.

아니 길어도 너무 길다.

군에 있는 아들녀석이 들음 이해 할수 없다고 하겠지만 군생활 당시 꿈적도 않았던것 같았던 국방부 시계가 지금에 비하면 그나마 엄청 빨랐구나 할 생각이 들 정도다.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은 자정 전후에 위루관을 통해 수면제가 투여되면서 세상 모르게 잠에 빠지는 6~8시간 동안이다.

이땐  몸의 불편함도 모르고 지금 내가 처한 처지도 모르며 아무 걱정도 없이 어느새 잠에 빠진다.

그래서 가끔은 죽지 않을 바엔 차라리 뇌사 상태의 식물 인간 처럼 24시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게 내 자신이나 보호자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좀더 낳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아침에 수면제 약효가 다하면서  잠에서 깨는 순간 우선 몸 구석 구석의 불편함에 짜증이 나면서 이 지긋 지긋하고 기나 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요즘 나의 일상은 하루 종일 침상에 누워서 대부분을 텔레비젼과 컴퓨터를 들여다 보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자세가 불편하니 텔레비젼이나 컴퓨터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모든 프로그램에 24시간 빠져서 집중한다는게 쉽지많은 않다.

한동안 예능이나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등에 빠지곤 했는데 허구한날 들여다 보니 이젠 그마저도 싫증이 난다.

그나마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지냈지만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목의 힘이 떨어져 가면서 목마저 맘대로 움직여 주지 않으니 그마저도 얼마 하지 못하고 드러 눕고 눈을 감아 버린다.

그럼 잠에 빠지면 좋으련만 그때부터 쓰잘대기 없는 생각에 빠져든다.

살아온 과거를 하나 하나 곱씹어 보기도 하고 내가 하루 하루를 사는게 얼마나 여러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자책감에 빠지곤 하며 결국엔 죽음에 대하여 갈망한다.

 

난 컴퓨터와 텔레비젼을 보며 지내는 시간이라도 있어 나은 편이지만 눈 조차 껌벅거리는 것조차 힘든 환자들은 그 많은 시간을 무엇 하며 보낼까?

아니 무슨 생각으로 살아 갈까 정말 몹시 궁금하다.

가끔 보호자들에게 전해 들어 보면 그들의 투병 생활이 내 자신이 얼마나 참을성이 없으며 가족들에게 창피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걸 운명으로 받아 들이고 초월한걸까?

하고 싶은 말도 없고 희노애락의 감정조차 조절하는걸까?

그렇다고 일부러 정말 아무생각 없이 사는 걸까?

무념무상

그게 정말 가능할까?

아니 정신이 멀쩡해도 너무 멀쩡한 루게릭 환자가 그 모든게 가능할까?

수시로 찾아 오는 생리 현상을 해결 해야 할때면 몇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익숙치 않고 적응이 안되어 수치심이 느껴진다.

24시간 침상에 붙어있는 몸뚱아리에 전해오는 압박,저림,피부 질환등등 고통을 충분히 참을 만한 것으로 보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수 있나요?

제게 비법좀 전수해 주세요. 제발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