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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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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3-01-10 13:59    조회 2,54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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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전부터 일년에 한 두번씩 전혀 모르는 사람의 전화가 온다.

그들은 자신이 또는 가족이 얼마 전에 루게릭 병을 진단 받았다며 협회 지부장 명단을 보고 또는 카페에 올렸던 글을 보고 어떻게 받아 드리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궁금한게 많아서 전화를 했다고 말을 꺼낸다.

그때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당혹스럽다.

나라고 남들과 별반 다를게 없고 치유에 대해 뾰족한 수가 있는거도 아니고 보다 특별한 투병과 간병을 하고 있는것도 아닌데 그들은 뭔가 위로의 말이나 도움의 말을 듣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정작 어떤 말도 할수 없을 때가 많다.

설령 어렵게 어떤 말을 한다고 해도 단지 상대보다 먼저 발병해 오래 투병을 하였단거 외에는 모든게 가식이고 허세여서 오히려 잘못 말을 했다간 뭔가 속시원한 말을 듣고 싶었던 그들에게 미리 상심만 더 크게 만든다.

지금은 더욱 그렇다.

기도절개술과 위루술을 한 내가 언젠가는 닥칠일이니 당신도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큰 병이 아니니 걱정 말고 맘 편안하게 생각을 하라고 할수도 없다.

요즘엔 인터넷을 통하면 뭐든지 알아 낼수 있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루게릭 환자나 가족들에게 꼭 좋다고만 하기에는 그렇다.

병의 진행을 막을수 없고 시간이 갈수록 비참해지기 시작하는 투병과 간병 생활을 미리 알게 되는것 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게 속 편하지 않을까.

물론 보다 편한 투병과 간병에 대한 정보 교환과 복지 정책을 빠르고 쉽게 알수 있다는 장점도 틀림없이 있지만 인터넷 카페나 협회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도 의견이 맞지 않아 오해를 하거나 불신을 하기도 한다.

나도 카페 활동을 하면서 얻은게 훨씬 더 많지만 가끔 서로가 이해하지 못해 중도에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활동을 접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그래서 어느땐 너무 많은것을 안다고 해서 꼭 좋다고만 할수 있을까? 싶다.

최근에 루게릭 진단을 받고 나를 찾아 온 분이 계셨다.

발병초라 약간의 삼킴의 어려움과 오른팔이 힘을 쓸수 없는것 외에 다른 신체는 불편함이 없다고 하면서 아직 루게릭 병에 대한 확진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목관 호흡기에 위루술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자신은 나같은 상태가 오면 스스로 삶을 포기해 버리겠다고 했다.

듣는 내내 그 심정을 이해 하면서도 생각 처럼 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해 주었다.

나 또한 수없이 같은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살고 있고 그리고 지금도 매일 죽고 싶지만 맘 뿐이고 목숨이란게 모질고 끈질기다며 너무 미리 많은 생각을 하시지 말라고 했다.

돌아 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은 커녕 근심 걱정을 잔뜩 안고 돌아 가시는것 같아서 죄송스러웠다.

이럴바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게 속이 편안하지 않을까?

그리고 며칠 지나서 이번에는 오랜 투병 끝에 배우자를 세상에서 떠나 보내신 보호자 분이 찾아 오셨다.

12년의 간병을 혼자 하시던중 잠깐 청소와 빨래등 집안일을 하시던 중에 사망 하셨다며 자신이 순간 방심해서 아내를 잃었다며 많이 자책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부터 났다.

아내가 방심해서 어떻게 될까봐 드는 두려움이 아니고 발병 8년이 된 나도 앞으로 4년을 더 살수도 아니 그 이상도 살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니 너무 싫고 끔찍했다.

언제나 이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 죽을 날 만을 기다리는 나에게는 어떻게 죽든 중요치 않고 이런 상태로 오래 산다는 게 가장 공포스러운 소리였다.

사람마다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이 달라 나의 사고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손가락질을 할 지언정 결단코 바램을 바꾸고 싶진 않다.

어쨌든 미리 안다고 해서 모두 좋다고만 할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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