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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으로 사는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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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0-10-27 18:46    조회 2,4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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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뜨거워 4강 신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전인 8월 어느 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기계의 밑에 오른손이 깔리면서 검지손가락은 절단했고

중지는 봉합을 하는 사고로 손을 크게 다치면서 나이 40에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장애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젓가락질을 할 때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뀌게 된걸 빼면 크게 달라 진것도 없었고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아서 장애가 있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고 다만
약간의 장애인 혜택을 받은 것과 손가락이 하나 없다보니 남들 시선이 조심스럽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도 별로 개의치 않게 되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고 두달 후 부터는 예전처럼 여전히 회사를 다녔고
일상에서의 생활도 크게 달라진게 없었다.

그러나 그일이 있은지 3년도 채 안돼 두다리에 이상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걷는데 불편해 지기 시작하더니 년말쯤 되니 운전을 할수 없게 되었고
10미터 보행하는 것마저 힘에 부치고 주저 앉게 되었다.

그래도 처음엔 별로 아프진 않아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의료 기술의 발달로 병원에 가면 금방 괜찮아 질거라고 생각을 하였고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차츰 힘을 잃어가는 두다리에 지방 대학 병원을 찾았으나 원인을 알수 없어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 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되었다.

루게릭이란 병이며 현재로선 치유 방법이 없으며 발병 원인도 명확하지 않아 앞으로 점점 진행이 되어
보통은 2년에서 5년 이내에 죽거나 살았다 해도 온 사지가 마비되는건 물론 호흡도 스스로 할수 없고
말도 할수 없으며 입으로 음식물도 삼킬수 없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의사의 말을 듣고 병원을 나서며 믿기지도 않았고 이런 병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지만
가족들에겐 도저히 말도 못하고 혼자 많은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건강한 체질은 아니었어도 그 흔한 감기도 잘 걸리지 않았고
별다른 작은 질병을 앓은적도 없었기 때문에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을 가져 노인이 될때까지
이렇게 아플거라고는 한번도 생각을 한적이 없었기에 당황스럽고 잘 믿겨 지지도 않았다.

그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병이 진행되면서 더이상 직장을 다닐수 없게 되었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계속되자 별의별 생각속에 그야말로
하루가 지겨움과 공포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나를 힘들게 한것은 더이상 가장의 책임을 할수 없고
차츰 그들의 짐만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서글펐다.

그럴때마다 삶을 스스로 포기하고 싶단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해 줄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죽음이 말처럼 쉬운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도
두렵고 겁이 났으며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아니어도
삶에 미련이 많아 그런지 어떻게든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더이상 서있을수 없게 되었고 망설이다가
전동휠체어를 구입하면서 할 일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다.

공공 기관을 찾아가서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챙겼고
먼저 발병한 환우들을 찾아가 어떤 방법으로 투병과 간병을 하고 있는지 보고 와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를 했다.

그렇게 5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병이 진행되면서 지금 나는
아주 사소한 문제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다못해 가려운 곳을 긁을때도 누군가 긁어 줘야하고
모든 걸 도움을 받아야 한다.

아마도 누군가가 도와 주지 않는다면 벌써 굶어 죽었던지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가끔 예전에 건강할 때 내가 지금보다 정말로 행복했는지
스스로에게 반문을 해 보면 그렇치 않았단 생각을 하곤한다.

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치 않았고
특별한 재주도 없고 소심한 성격으로 공장에서 주야 교대근무를 하면서
늘 피곤해 젖어 있었고 술로 달래보는게 전부였다.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살기 힘들다는 생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힘들어 하며 가족들에게 소홀했고 늘 불만만 가득했다.

이렇듯 한심할 정도로 무의미한 삶을 살았으니 건강한 몸이 곧 행복은 아니라고
그래서 그때가 그렇게 그립진 않다.

그래서 어쩌면 지금의 내 자신이 훨씬 여유롭고 편안한지도 모른다.

요즈음 난 아무것도 혼자 할수 있는게 없지만 흔히 말하는
루게릭 환자들의 평균 수명을 넘어 살아 있고 호흡이 힘들어 지긴 하지만
아직까지 말도 하고 목을 가누는데 문제가 없으니 난 이미
기적을 체험 하고 있으며 덤으로 주어진 인생을 살고있다.

앞으로 말을 할수 없게 되고 기계에 의지하여 숨을 쉬게 된다고 해도
죽는 날까지 의식이 멀쩡하니 그 또한 축복이라며 위안을 삼고 있다

아직까지 가끔은 너무 힘이 들어 빨리 죽고 싶을 때도 있고
점차 육체의 감옥속에 갇혀버릴 그날이 두렵고 견딜수 없어
나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블로그에 말했던 다음과 같은 결심을 되뇌이며
오늘도 마음을 다잡아 본다.

예전엔 어디서나 흔히 볼수 있었던 평범한 사람.
지금은 루게릭이란 병에 걸려 육신이 점점 갇혀 가는 사람.
앞으로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아빠로 기억되길 바라는 사람.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루게릭병에 맞서는 사람.
만사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
만사 최선을 다하는 사람.
후회없이 웃으며 최후를 맞을 사람.
진짜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를 유산으로 남겨줄 사람.

 

댓글목록

고기대님의 댓글

고기대 작성일

힘내세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