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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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0-07-09 11:24 조회 2,477회본문
대부분 가끔은 아무런 간섭 없이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내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건 집안 침상에서 혼자 지내는 일상이라 더 그렇다.
이제는 혼자 지내는 것이 적응이 될 만도 하건만 태생이 외로운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아직도 누군가가 찾아오면 그처럼 반가울 수가 없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입장이라 절실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보단 그날이 그날인 삶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는 것이 지루하고 따분하기 때문이다.
매일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도 나름대로 자기의 삶이 있으니 항상 나에게만 관심을 가질 수 없고 바라만 보는 내 입장에서도 바쁜 그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 스스로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가 찾아오면 그동안 참았던 외로움을 한 번에 토해 내듯 말이 많아지고 수다스러워 진다.
요즘 일주일에 나를 찾아오는 외부의 사람은 평균적으로 다섯 분쯤 된다.
평일에 매일 찾아오는 활동 보조인 선생님과 1주일에 한번 씩 목욕을 시켜주기 위해 오는 두 분 그리고 간혹 생각도 못하고 있을 때 불쑥 찾아오는 사람들 정도이다.
거의 매일 오는 보조인 선생님은 이젠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다.
물론 계약적인 관계로 조심스러울 때도 있지만 서로 배려를 하면서 벽을 허문다.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은 말을 하다 보니 때로는 가족 흉도 보고 불만도 이야기 하며 어지간한 집안일까지 공유할 정도로 편해졌다.
어찌되었던 내 입장에서 보면 가족과 함께 가장 많은 손발이 되어 주는 분이니 항상 고마울 따름이다.
또 매주 한 번씩 목욕을 시켜주기 위하여 오시는 분들이 반가운 건 깨끗해지는 몸도 즐겁지만 잠시라도 지긋한 침상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라 그렇다.
처음에는 발가벗은 몸으로 대하다 보니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쑥스럽더니 이제는 편안하게 몸을 맡긴다.
하기야 배만 불록 나온 몸이라 볼 품 없어서 보는 그들이 더 민망스러울 듯싶다.
그래도 이제는 적응이 되어 창피하기 보다는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면 시원스레 타올로 온몸을 밀어주니 너무 개운해 매주 오는 그날이 손꼽아 기다려진다.
그리고 서너 달에 한번 씩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예전의 인연에 얷 매여 어떤 의무감에 찾아 올수도 있고 바쁘게 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서 찾아오기도 할 것이다.
그들은 사는 게 바빠서 인지 나와 있는 게 재미없고 따분해서 인지 모르지만 얼굴을 한번 봤으니 됐다고 생각을 하는지 급히 돌아간다.
그래도 무슨 이유에서건 잊지 않고 있다는 그 하나 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간혹 아파트 부녀회에서 협조를 구하거나 배달하는 사람들의 방문도 있다.
그들은 자기의 용무를 마치기가 무섭게 돌아가지만 그들도 반갑다.
나는 바쁜 게 전혀 없는지라 누군가 찾아 올 때 마다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붙잡으려고 수다스럽게 떠들어 댄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듣는 그들은 지루하고 따분해서 빨리 벗어나 돌아가면서 괜히 왔다고 후회를 할 것 같다.
설령 돌아가서 내 흉을 본다고 해도 계속해서 그들이 올 때 마다 조금 더 붙잡으려는 애씀은 계속 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어디의 일원이고 그래서 참견도 하고 무엇보다도 외로움에 빠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누군가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전화라도 오기를 기다린다.
그들도 나름대로 바쁘게 살다보니 나란 존재가 있다는 것도 잊을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한동안 연락이 없으면 서운한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기다리다 지치면 먼저 전화를 걸어서 별다른 일도 없으나 뭔가 중대한 일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요즘 살이쩌서 걱정이라는둥 몸이 약해져서 걱정이라는둥 억지로 대화 거리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이런 내 맘을 알았는지 조만간 한번 들리겠다고 지인에게 전화가 온다.
말로는 바쁜데 무엇 하러 오냐고 하면서도 속으론 하루라도 빨리 와 주기를 기다린다.
이번에는 무슨 말로 좀 더 오래 붙잡아 놓을까 머릿속엔 이미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드느냐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하긴 말할 내용이 뭐 그리 중요할까?
찾아오는 그 하나만으로도 벌써부터 기다려지고있다.
댓글목록
김인준님의 댓글
김인준 작성일
글을 읽는 내내 아빠생각이 더욱 간절해 집니다.
항상 사람을 그리워하고 외로워 했는데...
어떻게 말한번 붙여 보려고 힘들게 말을 건네곤 했는데 왜 그리 퉁명스럽게 대했는지..
후회만 남습니다.
마지막까지 말씀을 하셔서 그 안타까움은 더 가슴을 파고드네요..
희망잃지 마시고 꿋꿋이 이 여름을 이겨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