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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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11-01-03 17:45 조회 2,753회본문
음성 꽃동네를 가보면 빌어 먹을 힘만 있어도 신의 축복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그 말을 듣고도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을 하여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지금은 정말 공감이 간다.
아니 내 입장에선 빌어 먹을 힘까지도 필요없고 한손 만이라도 쓰면 더 바랄것도 없겠단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바라는게 아니라 전동휠체어를 운전할수 있는 힘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니 불편을 조금 덜 느끼고 오랫동안 한자세로 누워서 버틸 힘만 있어도 좋겠다.
그러나 그것도 과한 욕심이다.
진행되고 있는 나의 병이 전신을 마비 시키고 스스로 호흡을 할 힘마저 빼앗아 가면서 말을 앗아가고 음식을 입으로 먹는 것까지 앗아 가는지라
더도 말고 앞으로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멈추어 준다면 더 바랄것도 없다.
아니 더 진행되어 모든 육신을 묶는다 해도 말만 할수 있다면 좋겠다.
어느 루게릭 환자가 모든것을 앗아 가더라도 의사를 표현 할 힘만 남겨 주면 좋겠다는 바램을 말하는 걸 보며 가장 공감을 했다.
사람들은 어느 누구나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쉽게 말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력이 강하다 해도 한결같이 그렇게 사는건 어려운 일이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들이 마치 그사람의 전부인냥 착각을 할 수도 있다.
특히 방송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삶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가끔 의심을 하게 된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박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화면에 못 담고 묻히는 진실이 많이 있을거란 의심이 들기도 한다.
평소에 그렇게도 행복을 외치던 고최** 라는 사람도 그렇고 어느 프로그램에선가 먼저 죽은 아내에게 남은 세 자식을 열심히 키우는 한 가장이 가슴이 짠한 모습으로 나왔지만 방송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스스로의 불행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인다 해도 365일 한결같이 그렇다면 그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야 할것 같다.
특히 나처럼 모든걸 타인에게 의지하며 사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한달에 한번씩 보건소에서 방문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찾아온다.
그런데 하시는 말씀이 방문하는 집마다 대부분이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 놓는다고 한다.
물론 처한 상황이 많은 장애가 있거나 질환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어느 정도로 이해가 가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좌절에 사로 잡혀 사는 걸 보면 안타깝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한달에 백여집 이상을 방문을 하지만 웃으며 자신을 반겨주는 사람은 나와 한두사람뿐 이라며 그들에게 다녀오면 자신이 더 즐거워 진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나도 겉은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가슴속에는 말 못하고 삯이는 울분도 굉장히 많고 가끔은 죽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합리화 시키고 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럴만한 배짱도 없다.
그렇기에 약간의 과장된 행동으로 약한 모습을 감추려고 발악을 하고 있다.
어느새 6년이 넘어가는 투병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해 져 이젠 왠만한 일에도 놀라지 않지만 오늘처럼 잘 알고 몇번 뵈었던 환우분이 세상을 떠났단 소식을 듣게 되면 만감이 교차한다.
더이상 고통속에 살지 않게 되었고 가족을 힘들게 하지 않게 된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허무하게 떠난게 안탑깝기도 하다.
얼마전 친구와 통화 하면서 많은 루게릭 환자에 비하면 아직까지 살아있는 나는 오늘 죽어도 호상이라며 농담처럼 말했다.
그것은 많은 루게릭 환우들이 스스로 호흡을 못하고 기계에 의지해 살다가 죽어 가는데 그나마 힘들게 라도 말을 하고있는 이쯤에서 죽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새해 2011년에 어쩌면 가장 큰 바램이다.
과연 나는 불행한 사람일까?
태어나면서부터 질병과 장애로 고통을 받고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아프리카 아이티에서 구정물에 진흑 쿠키를 먹고 사는 그들보단 이만하면 감사하지 않을까?
이렇게만 생각을하면 나는 이미 많은 복을 받고 살아온건 틀림없다.
이 글은 모니터에 클리키(자판)을 띄우고 smartNAV 장치(안구 마우스처럼 인식)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작동하면(기능키가 모니터에 뜸)이마에 반사체 부착후 고개를 움직여 실행하여 썼습니다.
고개를 움직일수 있어야 가능하고 1분에 20~30타 정도 밖에 쓸수 없어 며칠에 걸쳐 썼습니다.
그래서 다소 직설적이고 읽기에 거부감이 있고 현실성이 떨어질수 있습니다.
주관적으로 편하게 넋두리하듯 썼쓰니 불편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댓글목록
신현우님의 댓글
신현우 작성일
원선생님!
저는 루게릭 13년차 신현우(49세)입니다. 기도절개 후 인공호흡기를 착용한지는 8년이 다 되어 갑니다.
힘 드시죠? 저도 경험한 바 주기적으로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할 때가 최고 힘들었습니다.
집에 엠브는 준비되어 있나요?
빨리 병원에 가보세요. 늦으면 큰일납니다.
저는 지금 인공호흡기 착용하고 밥도 먹고 말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 한 달 정도 적응하고 불안해서 힘 들었지만 이후부터 편해 졌습니다. 잠도 잘 자고요 일상 생활도 편안합니다.
지금은 박승일씨와 같은 안구마우스로 바둑도 두고(아마5단), 독서도 하면서 하루가 짧은듯이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원창연씨!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렸습니다. 절대 포기 마시고 용기내어 끝까지 희망을 갖고 살아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