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투병 정태규(협회 부회장) 소설, 시민배우 낭독으로 쏟아지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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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희 작성일 18-12-28 15:37 조회 4,024회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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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투병 정태규 작가 소설, 시민배우 낭독으로 쏟아지던 날
- 정 작가 이야기 녹인 ‘비원’ 눈길
- 배우들, SNS로 대화하며 작업
- 관객·배우·작가 모두 벅찬 감동
23일 부산 중구 부산생활문화센터 한성 1918에서 ‘낭독으로 즐기는 부산 소설 나들이’라는 제목의 이색 공연이 열렸다. 극단 ‘배우, 관객 그리고 공간(배관공)'이 마련한 이 공연의 주역은 시민이 모여 만든 연극 동아리 ‘배우로 배우다’ 회원 10명이었다. 극단 배관공의 주혜자 연출과 여러 전문 배우 그리고 스태프가 힘을 합쳐 시민 배우들이 펼치는 낭독 공연을 도왔다.
이 중 유독 눈길을 끈 작품은 ‘비원’이었다. ‘비원’을 쓴 정태규 작가는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소설가협회 회장을 지낸 중진 소설가이다. 그는 루게릭병에 걸려 8년째 투병 중이다. 현재 서울에서 투병 생활을 하는 정 작가는 루게릭병이 진행되면서 ‘전신이 마비돼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며 호흡기를 달고 숨을 쉬며 두 눈을 깜빡이는 것 말고는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그렇지만 눈의 깜빡임을 인식해 컴퓨터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안구 마우스와 가족의 도움으로 페이스북도 하고, 글도 쓰면서 많은 이에게 용기와 감동을 주는 제2의 작가 인생을 꿋꿋이 이어가고 있다.
주혜자 연출은 “기획 단계부터 ‘비원’은 기대를 모았다. 정 작가와 카톡으로 대화해가며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비원’은 정 작가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병원에서 루게릭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은 남자와 여자가 “왜 하필 나인가!”라는 절망과 갑자기 덮쳐온 쓸쓸함을 이기지 못하고,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으로 함께 가서 겪는 이야기다. 둘은 신비하고 아름다운 공간인 비원에서 절망과 원망에 몸부림치다가 서로 조금씩 의지하면서 평온을 찾고 의지를 다진다. 이날 공연에서는 주인공을 남녀가 아닌 30대와 50대 여성으로 바꿨다.
이윽고 ‘비원’ 낭독 공연이 끝났다. 30대 여성 역을 맡은 김소연 씨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루게릭병 환자의 감정이 느껴져 감정이 북받쳤다”고 했다. 50대 여성 역의 이미선 씨는 “나는 양정시장에서 떡집을 하는 평범한 시민인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이런 무대에 처음 올랐고 관객 질문도 처음 받는다”며 “작품을 하면서 내 삶을 돌아봤고, 진정한 마음으로 연기하면 된다는 주혜자 연출가의 말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관객과의 대화가 끝나자 주혜자 연출은 “정태규 작가님이 이번 공연 소식을 듣고 본인의 책 ‘당신은 모를 것이다’ 두 권을 선물로 보내오셨다”고 알렸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정태규 작가에게도, 연극 동아리 구성원에게도, 공연을 함께 본 시민에게도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국제신문 조봉권 문화전문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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