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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웅 교수님 발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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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원창연 작성일 09-02-07 10:51    조회 2,3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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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웅 교수
연세대학교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지난 11월 28일 법원의 존엄사 판결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논란에 대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옹호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의 전공은 이러한 이슈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재활의학이다.

그러나 신경근육계질환 재활과 호흡재활이 전문분야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존엄사, 안락사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신경근육질환 환자들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진행성 근력 약화를 보이는 근육병, 루게릭 병, 척수성 근위축증 등의 신경근육계 질환에서는 병의 말기에 이르면 호흡근력의 약화로 인하여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는 의학적 측면만 단순히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경우보다는 이번의 경우처럼 윤리적인 문제와 경제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할 때가 많다.

고도의 장애가 동반된 환자에서 인공호흡기를 이용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문제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과 같은 사회적 논란과 함께 연구 결과도 상이하게 보고 되고 있다.

즉, 신경근육계 환자들이 장기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 막대한 도덕적 및 경제적 고충이 따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간의 인공호흡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는가 하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더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따라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 하는 시점에서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료인 모두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신경근육계 환자들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생명만 유지하는 식물인간 상태와는 달리 의식 상태는 명료하기 때문에 생명연장을 위한 호흡기 사용 여부는 안락사 허용 여부와 관련하여 지금의 존엄사 판결보다 더 많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많은 의료인들이 인공호흡기를 사용하여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인공호흡기를 직접 사용하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보고의 당사자들의 의견은 다르다.

장기간 가정에서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의 90 %가 기계적 환기를 시행 받고 있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인공호흡기 사용 여부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 다시 발생하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하였다.

진행성 근디스트로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만족도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높게 조사되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호흡기를 사용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일 것이라는 의료인 및 일반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호흡기를 사용하는 환자 자신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환자의 삶에 대한 가치 기준을 환자 본인 이외의 사람들이 추측하여 단정하는 것은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의료진들의 생각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즉, 환자의 상황이나 향후 치료 전개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 환자들의 삶의 질에 대한 그 선입관을 기본 개념으로 사고를 전개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환자 개개인마다 가치 기준이나 주변 상황이 틀리기 때문에 특정 연구 결과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진행성 신경근육질환에 대해서 의료인들이 아무런 기준도 없이 환자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여 치료에 적극성을 가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호흡 재활 도구와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인공호흡기도 기관 절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환자의 적응증도 확대되는 등 환자의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이 용이해졌다.

이와 더불어 정보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계 공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간의 장애를 보충해 줄 수 있는 기기들이 꾸준히 개발되어 환자의 삶에 큰 장애가 되었던 것들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선입관을 버리고 마음을 열고 있는지 항상 자신에게 되물어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논란의 와중에서 이참에 법을 만들자는 의견이  많다. 법을 만들어 어느 정도 까지 명확하게 규정화 할 수 있을까. 법이 만들어진다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솔로몬의 선택이 아니라 누군가의 합리화에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해본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호자들의 환자에 대한 사랑, 의료진의 환자에 대한 사랑, 그것이 진정으로 바탕이 된다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인간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세대 재활의학과 강성웅 교수 (webmaster@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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