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ALS) 환자들의 애환. 박권호지부장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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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희 작성일 14-09-03 14:34 조회 3,626회본문
'아이스버킷 열풍' 루게릭(ALS) 환자들의 애환
무등일보 입력시간 : 2014. 09.02. 00:00
불쑥 찾아든 '불청객'…희망없는 기다림
치료법 언제나? 가정파탄에 사회적 관심 '간절'
광주·전남 환자 수십명…굳어가는 몸에 눈물만
11년째 루게릭병으로 투병중인 채막내씨와 남편 박권호씨가 루게릭환자용 글자판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암은 낫는다는 희망이라도 있죠. 원인도, 치료법도 몰라 하루하루 굳어가는 팔과 다리를 보며 언제나 치료법이 나타날지 기다릴 따름입니다."
흔히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sclerosis. 약칭 ALS)환자들의 고통을 체험하자는 의미에서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면서 광주·전남지역 루게릭병 환자들에게도 관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광주에 사는 수십명의 루게릭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혹시라도 나타날 치료법이나 호전증세를 기다리며 기나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광주 오치동에 사는 박권호(65. 한국 ALS협회 광주전라제주 지부장)씨는 아내 채막내(58·여)씨가 지난 2003년부터 근육경화증상을 보이면서 11년째 기나긴 싸움을 함께하고 있다.
루게릭 증상은 대개 손끝, 혀, 다리에서부터 나타나며 어느 부위에서 처음 나타나더라도 결국엔 전신으로 퍼지게 된다.
채씨 역시 처음엔 다리부터 불편했으나 점점 온몸의 근육에서 힘이 빠져 이제는 입술 끝과 눈만 움직이는 것만이 가능한 처지다.
증상 발생 2년째부터는 손이 점점 굳어 살림에서 손을 떼고 집에서 간병인과 가족들의 간호를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11월 병원으로 입원해 병상에 누웠다.
박씨는 36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가 이같은 처지가 된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박씨는 "정말 예쁜 사람이었고 평생 함께 살고 싶은 사람이었다"며 "행복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어느날 갑자기 루게릭 증상이 나타났고 그 뒤부터 가정은 파탄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채씨에게 온전한 것은 오직 눈빛 뿐.
병상에 누운 채씨는 찾아온 남편에게 따스한 눈망울로 연신 눈빛을 보냈고 이를 보고 박씨는 "오늘은 어땠어? 밥먹었어?"하는 말을 건넸다.
근육이 약해진 채씨는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해 기도를 절제, 호흡기를 삽입해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그 탓에 말을 할 수 없어 채씨 부부는 루게릭환자용으로 만들어진 글자판으로 겨우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식사도 위와 직접 연결된 관에 소화가 잘 되는 미음과 죽을 넣어야 한다.
박씨는 사랑스런 아내와 제대로 대화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원망스럽지만 아내 앞에서는 안좋은 내색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박씨는 "루게릭 환자들은 모두 몇 년에 걸친 장기환자가 되기 때문에 가정이 파탄날 수밖에 없다"며 "간병인 비용이 한달에 200~300만원씩 들어 경제난을 겪는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md@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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